시도

⠀부풀어오르는 허기를 긁어대며 편지를 씁니다. 노을섬 모래톱여인숙에서의 마지막 서신입니다. 넓은 음역으로 출렁이는 파도의 노래가 정점에 치달을 때, 끄물대는 전등 아래 당신의 주소를 더듬는 동안 발가락까지 물들어버 렸습니다. 부디 뒷모습만 기록한 편지를 용서하시길. 진실이 거짓말의 그림자이듯 풍경의 배후에 노을섬이 있는 까닭입니다. 모기의 침처럼 살을 뚫고 내려앉던 그 가렵도록 생생한 빛들과 풀벌레 울음처럼 날 자꾸 저녁의 모퉁 이로 불러내던 그 색들만은 온새미로 동봉합니다. 보세요. 봉투를 뜯는 순간 빛과 색이 얼굴 맞대고 흔들리는 경계를. 낮 동안 뒤죽박죽 섞인 색들이 낳는 순백의 어둠을. 안간힘으로 핏빛 날개 부풀리는 구름들을. 붉은 울음들 몸을 풀면 춤추는 수평선에서 불멸을 꿈꾸는 내가 떠오릅니다. 당신의 하얀 눈동자를 만져줄 수 있다면 더욱 밝겠지요. 끝으로 아름다움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이 준 색상환을 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