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2010년대 초반, 베드룸 뮤지션이자 저널리즘을 공부하던 학생에 불과했던 라이언 헴스워스는 Kanye West나 Grimes 등의 아티스트들의 곡에 키치함과 서브컬쳐스러운 색채를 덧입힌 리믹스들을 Sound Cloud에 올리곤 했는데, 점차 이름이 알려지면서 적잖은 관심을 받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가 되었다. 이 시기의 그는 Rhye나 Lana Del Rey 의 곡을 정식으로 리믹스 하게 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Shlohmo의 레이블인 Wedidit 통해 Last Words EP를 발매하기도 한다.

 

허나 인지도와 함께 따라오는 투어의 강행군은 그에게 그저 기쁜 일이 되지는 못했나 보다. 한창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때 나온 2013년의 첫 정규 음반 'Guilt Trip'에서 그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데, 투어 중의 비행기와 호텔에서 만들었다는 작업물 속에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운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투어 뮤지션의 모습을 담은 뮤비인 'One for Me'가 그의 심정을 대변한다. 길면 일주일, 짧게는 하루마다 다른 도시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낭만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영상 속의 그에게는 그 이면에 담긴 공허와 권태가 비쳐질 뿐이다.

고급차로 탁 트인 도로 위를 달리는 때에도 그의 모습에는 정체구간의 피로감이 비쳐지고, 호텔의 수영장이나 피트니스 시설을 이용하는 때에도 그는 권태감과 씨름하는 듯하다. 그는 동료 뮤지션(귀여운 Cashmere Cat)과 여가를 보낼 때에도 그늘진 표정을 지으며, 공연 후의 왁자지껄에도 끼지 않은 채 소파에 몸을 파묻고 샐러드를 먹을 뿐이다.

그 장면 뿐만 아니라, (4분 내의 뮤직비디오 임에도) 음식을 먹는 장면이 적잖게 등장하는데, 그는 항상 불편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어댄다. 마치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또한 시종일관 입을 오물거린다. 음식을 섭취하는 장면에 대해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호텔에서든 대기실에서든 간단한 구성의 식단일 뿐만 아니라 식탁이 없어 다리에 받치거나 들고서 먹는 모습은 그의 환경을 대변하는듯 하다.

공연하는 장면의 연출은 더욱 두드러진다. 음악을 즐기며 가벼운 춤사위를 보이는 관객들의 모습만을 비춤으로써, 그는 무대의 주인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이 담겨 있기에, 그가 첫 투어를 하며 느낀 감정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지는 나날 속에서 감당해야하는 허기와 권태의 멍에가 아니였나 싶다.

 

처음에만 해도 나는 노랫말과 영상이 그리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십대의 중반 이후부터는, 제법 어우러지는 것 같다. 권태와 공허로부터 자유와 이상을 꿈꾸는 것은, 운명의 상대를 꿈꾸는 것과 다름 없는 것 같으니.

 

영상의 마지막에서 그는 저 멀리로 날아간다. 자신의 생업을 위한 도구인 노트북을 불태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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