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가족에게 편지를 쓰던 중, 문득 지난번에 가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서 잠시 멈췄다가, 옆길로 샐 겸 감상을 남기게 되었네요. 이 음반은 '필청'할 것을 요구할 만큼의 음반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음반이라 생각한답니다.

 

Jim-E Stack은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현재는 LA에서 활동 중인 비트메이커/프로듀서 입니다. Joji나 Bon Iver, Kacy Hill, Charli XCX, Empress Of 등의 알법한 음악가의 음악을 작업하기도 했고, Wet이나 Perfume Genius, Roastam, Wet 등의 곡에 리믹스 작업도 했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비트메이커라서 이렇게 대부분이 알법한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운을 띄웠는데, 상술한 것처럼 소개할 음반은 생각처럼 뛰어난 음반은 아니랍니다. 신인의 과욕이나 어수룩함이 느껴진다면 느껴지는 음반이지요.

2014년에 발매한 음반 ‘Tell Me I Belong’은 그가 대학생활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뉴욕에 거주할 때 Nosaj Thing의 컨택을 받으면서 발매한 첫 정규 음반입니다.

 

고교시절 까지만 해도 드러머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만큼 그의 음악에서 비트의 질감이나 리듬은 단연 돋보이는데, 개러지/테크 하우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만의 아이코닉함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트로 격인 Somewheres를 지나 본격적으로 음악이 시작되는 Run이나 Is It Me, 그리고 without 은 정말 추천하고 싶네요. 또한 완급조절하는 트랙인 Ease Up에서도 그의 비트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하나의 장점은 신서사이저로 연출하는 Pad 사운드의 질감이 분위기를 오묘하게 연출하는데 능하다는 점이랍니다. Shlohmo 다음으로 몽롱한 Pad 연출을 하는 비트메이커라 생각하는데, Somewheres나 Everything to Say처럼 비트가 없는 음악에서는 물론이고 Below의 후반부 연출만 해도 그가 신서사이저 또한 능숙히 쓰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샘플링도 참 다채롭게 활용하고요. 음역대를 조절한 샘플을 여러 구성에서 컷앤페이스트 해서 리듬을 함께 도맡거나 신스를 대신해 드럼과 사운드를 연출, 혹은 멜로디 라인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뭐 이렇게 뛰어난 점만을 말하지만, 단점도 두드러집니다. 그 이유는, 40분 남짓한 러닝타임이지만 계속 듣기에는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곡 간의 완급조절이 미흡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곡 내에서도 전환이나 환기가 그렇게 이루어지질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에서는 Ease Up의 비트감각을 칭찬했지만, 곡 자체가 8번 트랙에서 갑자기 늘어지며 쉬어가는게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그리고 5번 트랙(Everything to Say)에서 쉼표를 한번 찍은 의미가 딱히 느껴지지 않는, 전후의 곡이 지닌 성향도 그렇고요. 물론 앞에 Reassuring을 배치해서 완급조절이 이뤄질 것을 예고하지만, 앞과 뒤의 곡 순서를 바꿔도 크게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곡인 'Wake Up'에서도 별다른 전환이 잘 느껴지질 않고요. 곡의 후반부에서 비트를 내려놓고 샘플과 신서만으로 마무리 단계를 거치긴 하지만, 결코 음반을 끝맺음 하는 것처럼 여겨지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음반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야기의 영역에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제 가족이 어떤 이야기를 했길래 이 음반이 떠올랐는지 말씀드려야 할 것같아요.

혹시 미드 90’s라는 영화를 보셨을까요? 그 영화에서 외로운 소년은 보드를 통해 자신의 구성원이 생기고, 그 속에서 자신을 구축해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터프함'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기도 하고, 가족을 비롯한 구성원 간에 생겨나는 작은 균열 앞에서 어찌하지 못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지요. 그 뿐만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여러모로 성장통을 겪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리더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깨어난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이는 제 가족이 제게 전해준 말이랍니다.

 

저는 그 말에서 Jim-E Stack의 첫음반이 떠오르더라고요. ‘Tell Me I Belong’이라는 제목 아래 엮여진 곡들의 이름 때문에, 비트가 끊임없이 어딘가에 부딪히는 것 같은 인상 때문에요. 그의 첫 음반은 모든 곡에 뮤비가 있는데,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도시의 정경아래 기차만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불빛만 깜빡거리는 영상입니다. 다른 것들은 멈춰진 채 말이에요. 아마도 그는, 서부에서 동부로 환경이 바뀌면서 고독감에 빠진 한편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무딘 애를 썼을 테지요.

그런 이유에서, 저는 자꾸 애를 쓰며 부딪히는 중인 누군가가  음반을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