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흑당밀크티는 싫어요.
밀크티는 좋아하지만 흑당밀크티는 싫다. 아주 달아죽으라고 고약하게 설탕을 때려부어, 한입만 마셔도 수분보충이 필요한데다 밀크티의 맛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밀크티와는 다른 음료인 것 같다. 너구리와 오리너구리가 접점이 없는 동물이듯 말이다.
실은, ‘지구에서 한아 뿐’은 내게 흑당밀크티일 것만 같았다. 이 책이 한창 #북스타그램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서 올라온 것을 많이 보고는 했는데, 올라온 글들을 볼 때마다 아주 달리는 사랑 이야기일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에 그리 읽을 마음이 없었다.

지구에서 하나뿐인
그런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친구와 서점을 둘러보다 책무더기 위에서 본 표지가, 뒷모습이 괜스레 외롭게 느껴졌던 탓이었다. 그런 기분이 들어서 인지, 책의 제목을 ‘지구에서 하나뿐’이라 생각하며 집어들게 되었다.
책은 오글거린다고 느끼면서도 ‘꺄울~!’하며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따금씩은 문장에 멈춰서게 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조용한 신념을 오롯이 지켜보고 사랑할 줄 아는 이들이 내미는 말이, 마치 조용히 나를 비춰주는 듯한 기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따금씩, 당이 필요할 때는 흑당밀크티가 최고이듯
살다보면 괜히 '사서 고생'하냐거나 '너 한명이 그런다고'라는 말을 듣고는 한다. 괜히 내가 버거워지는 때에는,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듣지않고서도 그 신념이 구부러지는 소리가 들려 오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다보면 매일에 지쳐, 그런 '수고스러움' 외에도 나 자신을 온전히 유지하기 힘든 때가 있다.
그런 때에, 이 달리면서도 담요같은 책을 읽으면 위로가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가끔씩 커피로도 해소되지 못하는 피로감을 느낄 때에는, 당이 아주 가득한 흑당밀크티가 최고의 힐링포션이 되어줄 때가 있듯이.
혹은 나처럼, 이 책을 '지구에서 한아뿐'이 아니라 '지구에서 하나뿐'이라며 이름을 읊는 사람이 있다면 맘껏 권해주고 싶다.

: 주영의 선택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 고민 없는 아둔한 열병 같은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명확한 목표의식의 결과였다.

: 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한아의 안에도 빛나는 암석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 바보 같다고 생각 안 해. 한 번도 너 바보 같다고 생각 한 적 없어. 넌 같은 자리에 있는 걸 지키고 싶어 하는 거 잖아.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난 너처럼 저탄소 생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 백날을 생각해봤자 답은 똑같을걸요. 어떤 특별한 사람은 행성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저한텐 엄청 분명한 문제예요. 난 따라갈 거야, 내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