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이, 설국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다
사슴의 발자국을 보았다
사슴의 발자국에
내 발을 겹쳐 보니
나는 내 발자국을 알고
그 발자국도 나를 아는 듯
발에 꼭 맞았다
나는 물속에서
잃어버린 것을
나무 속에서 찾는 사람
하지만
사슴의 발에 내 발을 맞추자
물처럼 투명히 빛나는 날들이
지속되지 않아도
유리 같은 이 눈 속에
발이 들어맞을 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