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내가 다니던 대학의 문과대 건물 옆엔
스팀 목련이 한 그루 있다 해서
진달래 개나리보다 한참은 먼저 핀다 해서
해마다 봐야지 봐야지
겨울 난방 스팀에 쐬어 봄날인 듯 피어나는
정말 제철 모르고 어리둥절 피어나는
철부지 목련을 꼭 봐야지
벼르고 벼르다 졸업을 하고
벼르다 벼르다 후딱 십년도 넘어버린
나는 늘 봄날을 놓치고
엎치락뒤치락 추위와 겯고트는
때 아닌 스팀 목련도 놓치고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나는 늘 나도 놓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