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일월 초에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추운 나날이 계속 되고 있다. 고향을 다녀오니 괜히 더 춥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눈까지 내리는 구나. 지난날의 아쉬움은 어디로 가고, 눈이 조금은 징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그래도 고마움을 느낄게 있다면 진동욱님의 DFMO를 꺼내 듣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고, 그래서 집에 와서는 게으름을 부릴 틈 없이 어른 씻고서는 핫초코에 손을 댄 채 노래를 들었다. 늘 그렇듯이, 눈을 감고서 지난날에 이 음반을 처음 들으며 느낀 감각들을 다시금 짚어나갔다. 말뜻 모르는 소리들이 주는 왠지 모를 안도감 속을 지나간다. 들어선 낯선 방에서는 스토브의 냄새와 온기가 점차 채워져가고, 나른해지는 마음 속에서는 점차 기억이 피어오른다. 묻으려고 했지만 결국 묻게 되는 기억까지도.

 

 그리고, 그런 기억 사이에, 어느새 (j)에 대한 생각이 끼어들어 버렸다. 당신과 나눈 대화도 떠오른다. 겨울은 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같아서 나만 짝사랑 하는  같다던 말이나, 유자차에 대한 이야기도.

(j)도 이 계절에 DFMO를 꺼내어 들었을까? 아직 식물들이 자라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괜히 곁에 피어오른 꽃이 있었으면 싶어졌다.  꽃점을 치고 싶어져서.

 

 당신이 그 음반을 꺼내어 들었다, 아니 하였다. 꺼내어 들었다, 아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