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내 마음이 내 속에서 심히 아파 사망의 위험이 내게 이르렀도다. 두려움과 떨림이 내게 이르고 공포가 나를 덮었도다"

(시편 55편 4-5)

 

“나를 비난하는 자가 차라리 내 원수였다면 내가 참고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미워하는 자가 차라리 자기가 나보다 잘났다고 자랑하는 내 원수였다면, 나는 그들을 피하여서 숨기라도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비난하는 자가 바로 너라니! 내 동료, 내 친구, 내 가까운 벗이라니!"

(시편 55편 12-13절)

 

 

서론

 

  James Blake의 다섯번째 음반, Friends That Break Your Heart(이하 앨범 표기시 FTBYH)를 처음 들었을 때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가 앨범 발매를 앞두고서 인스타그램에 ‘새 앨범은 댄서블하지 않을 것’(현재는 삭제됨)이라는 뉘앙스로 글을 남겼던 것 때문에 직전에 발매한 Before EP와는 성향이 다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팝에 가까운 음악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제임스 블레이크는 데뷔 음반이었던 셀프 타이틀에서부터 그랬고, 네번째 음반인 Assume Form을 발매했을 때는 이제는 정말 전자음악가 보다 팝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앞세우는 게 마땅한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Assume Form에서는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적이면서도 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악을 펼쳐내었다면, 이번 음반은 일관된 흐름 속에서 서사를 쌓아가는데 집중하면서 팔레트에 명료한 색채만 남겨두었다. 
  이런 선택에 대해서는, 아마도 그가 슬픔을 말하는데 있어 1집에서 3집까지의 과잉된 감정을 벗어나, 좀더 원숙하고도 간결해지는 것을 의식한 것 같다. 아무래도 그의 감정이 가장 극적으로 치달은 3집 A Coulur In A Anything(이하 ACIAA)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여담이다만 그는 그 음반을 만드는 동안,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음반은 상처와 회복을 드러내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ACIAA에서는 자존감의 상실으로부터 회복을 말하기까지 17곡이라는 긴 트랙에서 2/3 구간을 할애하며 고통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반면, FTBYH에서는 슬픔의 구간이 초반부터 진행되지만 좀더 정제된 표현으로 발화하는 한편 중반부 이후 감정의 회복을 꾀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감정을 대변하듯 울리던 Saw파의 거친 리드신스를 배제하는 대신, Mellotron과 건반을 보다 앞으로 배치하여 침잠된 사운드스케이프 아래 감정을 표현하길 택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대중성을 띈 트랙(Coming Back, Frozen, Say What You Will)을 군데군데 배치하면서 감정을 절제하길 택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번 음반에서 사적인 감정을 말하는 대신, 대다수가 겪었을 일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 노력을 했다. 그는 이 음반을 발매하기 이전에 내놓았던 Before EP나 청중이 없이 진행한 Boiler Room에서의 DJing 이후 코로나 이후 교류에 있어 제약이 늘어난 상황을 말하고는 하였는데, 이는 어느 나라나 처한 상황이었던데다 그로 인해 유대의 문제를 겪은 사람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그는 자신의 고통에 매몰되는 대신, 이전 음반에서 'And you really haven't thought?(Don't Miss It)'이라 물어보았던 것처럼, 감정을 나누고 위로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감정을 나타내는데 있어 자신의 또다른 목소리 대신, 좀더 보편적인 스타일의 편곡에 자신의 목소리를 앞세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방식을 택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간의 음반에서 중간지점 무렵 토닉이 되어주던 Retrograde나 I Need A Forest Fire, I'll Come Too 같은 훌륭한 트랙이 부제한 것이 무척 아쉬웠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가 아닌데다, 곡 간의 흐름이 유기적인데서 오는 문제를 안일하게 여긴 것 같다. 일관된 흐름으로 음반이 진행된다는 것은, 중구난방한 경우와는 또 다른 피로감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음반의 중간점에는 Foot Forward가 존재하는데, 이 곡이 이 음반의 흡입력을 무너뜨린 주범이라 생각한다.  킬링트랙은 커녕, 되려 가장 한심한 트랙이었기 때문이다.
  Metro Boomin의 프로듀싱을 통해 나온 이 올드스쿨한 비트의 곡은,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스타일일 뿐만 아니라 3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지루하고 형편없다. 중간지점에 위치한 곡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곡이었던 탓에 전후의 트랙의 고요함은 지루함이 되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토닉이 되어줄 트랙의 부재로 인해) 전체적인 흐름이 심심해지면서 이 음반을 완주하기 어렵게 만든다. 겨우 한 곡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골을 넣어줄 선수가 없어진 점유율 축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방적인 흐름을 가져가지만 재미도 없고 되려 답답해져버리는 축구 말이다.

  다만 서사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원숙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감정을 말하고 위로하는데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음반을 만들어내었다고 말하고 싶다. 유대에 있어서 상처 받은 감정과 그것을 위로받는데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도 곁을 돌아볼 수 있는 음반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 있어서 나는 이 음반을 ‘그래도 좋은 음반’이라고 소개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를 변호하는 마음으로 아래에 감상문을 더해본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친구들

 

  누구나 언젠가는 경험을 할 것이다. 한 때 자신에게 큰 의미가 되어준 친구로부터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일을. 그런 상황을 직면하는 때에 느끼는 감정은, 앞서 언급한 다윗의 말처럼 무척 잔인하고도 고통스럽다는 말 밖에 달리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누구보다도 내밀하다고 느낀 이로부터 입은 상처이니 말이다. 제임스 블레이크는 그런 감정으로 인해 얽매고 무너진 다음, 자신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이 음반에서 차례대로 말하고 있다.
  음반에서 그는 자신을 아프게하는 친구에게 작별을 택한 상황이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로 인한 상실감이 더 큰 상처가 되고 자책을 하게 된다. 그 감정에 무너져서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백기를 들지만 외면 당하고, 다시금 자신을 책망하며 재회를 바란다. 그 이후로 그의 감정은 회복에 있어 여러 심경의 변화를 거치며 항변하거나 머무른 감정에 환희하거나 포용하는 등의 순간을 거쳐, 용기를 건네는 말을 꺼낸 다음 질투하는 감정에 대해서도 성숙히 대처하는 등 완벽한 회복을 내보이는 듯 한다.

 

 

All that pain and nothing gained in the end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상실과 회복을 거치기 까지 겪은 감정은, 그가 굳이 겪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 과정을 거치고서 허망한 깨달음을 고백한다. ‘그 모든 상처들, 그리고 결국 얻은 것이라고는 없어 / 결국에는, 그건 친구들이었지’이라고.
  이 고백은 진심으로 가슴 아픈 사실으로, 지리멸렬한 번민을 거친 뒤 괜찮아졌다고 여길 무렵에도 결국 변하지 않는 사실이 ‘너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고통은 어떤 의미부여를 하든 꿋꿋히 걸어나가기를 택하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태풍이 지나고 난 뒤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해도 결국 재난은 교훈이 아니라 재난이듯, 너는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은 변치 않는 문제이다. 지난 애틋한 유대의 결론을 그렇게 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참으로 헛헛한 일이다.

 

 

“나는 하나님께 부르짖으리니 여호와께서 나를 구원하시리로다”(시편 55편 16절)

 

  이 글을 쓰며 인용한 구절의 주인공인 다윗은, 믿고 지낸 이들의 배신으로 인해 절체절명의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도 단 하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고, 결국 구원을 받게 된다. 그가 끝까지 믿음을 지녔던 대상은 신이었다.
  그렇다면 신을 믿지 않는 이는, 제임스 블레이크는 결국 자신의 결국 얻음이란 없는 고통을 직면하고서 구원의 대상을 누구라고 여겼을까? 그의 믿음의 대상은, 그의 신은 여전히 자신에게 머물러있는 이들이었다. 그는 헛헛한 정서로 시작해서 경이로움으로 차오르는 트랙인 If I'm Insecure에서 그렇게 상처입었음에도 행복감을 느끼고 사랑받는 자신을 향해 의문을 표하지만, 그럼에도 마주하고 있는 이에게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고 노래한다.
  ‘만일 내가 불안하다면 / 어찌 내가 확신할 수가 있는 것이지? / 내가 당신을 보살펴 줄 것이라고 / 더이상 내가 없어질 때까지 말야.’ 라는 노랫말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띈다. 그가 자신의 첫번째 정규 음반을 마무리하는 트랙인 ‘Measurements’에서 타인에 대한 믿음을 내비치는 것을 우려한 것과는 반대로, 이번 음반의 마지막 트랙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타인을 통해 비추어 봄으로써 슬픔을 극복해내는 것이다.

  작별을 택한 이에 어떤 의미부여를 해봤자 결국 그는 내게 고통을 안긴 잘못된 인연에 불과 하지만, 곁에 머물러 있는 이들은 그 경험과 무관하게 여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광명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그가 우정의 상실 속에서 긴 터널을 지난 뒤 내린 두 결론은 자칫 모순적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우정에 대해 상처를 받았음에도 인연을 맺는 것에 부질없다 여기는 대신 곁에 남아있는 이들을 더욱 추앙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가 이번 앨범에서 말하는 모든 정서를 이해하고 소중히 끌어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Track By Track

 

  이 앨범에서 그의 서사는 Famous Last words~Funeral, Frozen에서 Foot Forward, Show Me에서 Lost Angel Nights, 그리고 Friends That Break Your Heart와 If I’m Insecure로 흐름이 나뉘기 때문에 구분을 해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Famous Last words / Life Is Not The Same / Coming Back / Funeral
  해당 트랙까지는 그의 완급조절이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고양과 몰입, 국면의 전환과 침잠에 이르기 까지의 서사 전환이 노랫말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몰입되게 되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고통을 준 이와 작별을 택했음에도 여전히 그들에 대한 감정에 얽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편 Famous Last Word는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점이 많은 트랙이었는데, 그의 표현력이 이야기의 시작에 호기심을 느끼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우선 이별 이후의 감정을 ‘내 부러진 팔다리의 부산물이야’ 라며 그렇게 부러져 버린 팔다리에 빗댄 점이 좋았다. 신체가 부러진다는 것은 지금의 고통 혹은 불편함이 될 뿐만 아니라, 회복된다고 해도 이전같지 않으며 언제 또 통증이 될 수 있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기에, 깊은 유대의 끝 이후로 찾아오는 감정을 빗대기에 부족함이 없는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머러스한 뮤비 또한 마음에 들었는데, 마지막에 그가 미소를 띄게되는 공간이 자신의 고립된 감정을 빗대던 섬인 Lindisfarne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피처를 택한 점에서 Funeral에 나오는 구절인 ‘Y'know, I should’ve lived by the sea / 'Cause I feel invisible in every city’과 연결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의 상실감은 Life Is Not The Same에 이르러 더욱 진해져 가는데, 부재로 인해 달라진 것들을 말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난 오직 나로서 존재할 뿐이야’라고 말을 한다.
  상실 앞에서 자신의 결단을 굳히려던 그는 결국 Coming Back에 이르러서는 항복을 하고야 만다. 그는 이별을 ‘영혼에 대한 배신같다’고 말한 그는 ‘꼬리내리고서’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 하지만, 상대로부터 착각에 빠졌다는 말로 외면을 받는다.
  한편 이 트랙을 타이틀 중 하나로 밀지 않았는지가 납득이 되질 않는데, 단순히 첫 두 곡에서 침잠되는 감정을 명쾌하게 몰아칠 뿐만 아니라 이 음반에서 가장 대중적인 매력을 지닌 트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앨범에서 홍보에 쓴 다른 곡들과 다른 결을 지닌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타이틀로 밀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선택이 못내 아쉽다.
  Funeral에서 그는 앞서 언급한 구절, 자신은 고립된 존재가 어울렸던 것일지도 모른다며 자책으로 운을 떼지만, 다시금 나아가려는 의지를 띈다. 그러나 ‘너의 장례식 앞에서 살아있을 뿐인 것 같다’, 나를 포기하지 말아줘’라는 말로써 여전히 미련을 드러내고 있는데, 자책을 멈추길 택하면서도 그렇게 자신을 보잘 것 없게 여기며 미련을 말하는 점이 마음 아프면서도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Frozen / I’m So Blessed You’re Mine / Foot Forward
  그러나 탄탄하게만 느껴지던 이야기는 Frozen에서의 강렬한 긴장감을 준 이후로 헐거워져 버린다. 그 문제는 서론에서 언급한, 가장 끔찍한 트랙인 Foot Forward 때문에 발생하는데, 정말로 Foot Forward를 들을 때면 끔찍하다는 생각과 함께 몰입이 식어버린다. 정말 처음의 괴성(이것은 Metro Boomin의 시그니쳐 사운드이긴 하지만, 끔찍하다)과 쌈마이한 피아노 리프, 그리고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는 그 곡이 3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정말 이 트랙의 문제는 음반 전체에서 중반부를 차지하는 트랙이자 서사에 있어 본격적인 전환점이 되는 트랙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전후의 전개가 너무나도 맥이 빠져버리고야 만다. 정말 해당 흐름에서 Retrograde 정도는 아니어도, 하다못해 Modern Soul 정도의 흡입력을 지닌 곡이라도 존재했다면 나쁘지 않았을 것인데 이 곡으로 인해 음반의 완성도가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이 곡의 극으로 치달은 초라함으로 인해 이전 트랙(I’m So Blessed You’re Mine)을 돌이켜 보게되면서, 고요함 아래 고양감과 환희가 고요히 퍼져드는 감상은 지워지고 그저 약점인 심심한 후렴구가 반복되는 데서 오는 지루함을 의식하게 될 뿐이다. 그리하여 Show Me와 함께 이 세 곡을 음반의 흐름이 늘어지는 것에 공범으로 여길 수 밖에 없게된다.
  그와는 별개로 서사는 온전치 못한 마음에서 ‘내가 얼어붙었다고 생각하냐’는 말을 하며 항변(및 Jid과 Swavay의 변호) 이후, 이미 떠나간 대상을 두고서도 그가 남긴 흔적을 상처가 아니라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이라 여기며 고양되는 감정까지는 좋았다. 사실 Foot Foward에서 전하는 메시지만큼은 이전 곡들처럼 나쁠 것은 없는데, 이전 곡에서 가사의 동어반복을 통해 고양감을 일으킨 것과는 반대로 Foot Foward에서의 동어반복은 그냥 ‘떼우기’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정말 이 곡은 수록되지 않는 편이 음반의 완성도를 위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될 뿐이다.

Show Me / Say What You Will / Lost Angel Night
  솔직히 말하자면 Show Me에 대해서는 I’m So Blessed You’re Mine과 동일하게 Foot Forward로 인해 늘어져버리면서 제대로 들은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귀기울여 들으면서 비로소 생각보다 더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차분한 멜로디와 함께 변조된 그의 음성으로 운을 떼는 곡은 모니카 마틴과 아름다운 앙상블 속에서 더욱 밝은 사운드를 연출해내는데, 그런 음악적 연출 속에서 이별한 이로부터 그래도 더 나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나아간다.
  그런 밝은 정서를 이어받는, ‘네가 하고자 하는 바를 말해’라는 부추김을 꺼내는 노래로 이어진다. 자기고백과 함께 독려하는 노래는 이전 앨범의 Don’t Miss It에서도 있었지만, 이 곡은 그가 청중의 싱얼롱을 직접 독려하기까지 하는 팝송을 만들어 낸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여겨진다.
  한편, Say What You Will은 앨범을 발표하기 이전, 그가 피아노와 자신의 목소리로만 채운 솔로 라이브에서 공개한 적 있는 곡으로, 사실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를 예상 못했다. 그 때만 해도 You’re Too Precious나 Do You Ever, Life Round Here 같은 편곡, 혹은 Don’t Miss It 같은 느낌의 곡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ay What You Will이 유머러스한 뮤비와 함께 청승맞은 듯 인사를 건네자, 초반에는 뭔가 어색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기고백과 함께 내미는 ‘네가 하고자 하는 바를 말해’라는 메시지라는 말과 그 곡의 후렴의 아름다움을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을까.

Friends That Break Your Heart
  앞서 작성한 단락 참고. 한편 조금 아쉬운게 있다면, 나는 앨범버전 보다는 그의 피아노 버전이 좀 더 나은 것 같다.

If I’m Insecure
  앞서 글을 쓰며 남기지 못한 감상을 전하자면, 지금껏 그가 이야기를 마무리 하기 위해 꺼낸 트랙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끝맺었다고 생각한다. 쓸쓸하게 시작되지만 창대한 마무리를 하여, 자칫하면 다시 'Sad Boy'로 마무리 짓게 될 수 있던 이야기를 전환해내었다. 특히나 곡을 후반부를 채우는 모듈러 신스의 소리는 마치 서서히 내리는 빛처럼 내리쬐며 곡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밝혀내고 있으며, 맨 마지막에 나오는 스네어의 소리는 그가 이 음반을 써나가는 동안 나서질 못했던 방을 닫는 소리처럼 들리기에 정말로 완벽한 마침표를 찍은 것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