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모든 고백은 선언이다

나는 안장에 앉아 고삐를 쥔 자가 아니어라
가차없이 채찍을 휘두르는 자도 아니어라
노래는 말이 아니어라

마부의 채찍질에도 꼼짝하지 않는
말의 목을 끌어안고 흐느꼈다는 한 사람
세상이 수군거린다 지혜를 사랑하다니, 미치광이

그가 오래 흐느낀 이유는
동물의 말을 알아들어서가 아니다
세상의 말에 귀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펜을 쥔 자가 아니어라, 나는
향기로운 문장을 휘두르는 자도 아니어라
말은 노래가 아니어라

나는 누군가 늦췄다 당겼다 하는 고삐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발자국
누군가 함부로 휘두르는 채찍에
고개 숙여 히잉― 먼 소리를 내는 목울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그러나 나는 이 은유를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고삐를 움켜쥔 손아귀의 힘을 상상하며
채찍을 다루는 손목의 습관을 증오하며

말보다는 노래에 노래보다는 말에
그보다 행간 사이를 서성이는 동안
초록이 진다 한들, 온다 한들 한 점 꽃이
그러나 나는 이 은유를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오래 미치광이라 불리는 사람과 같이
가까스로 초록을 지키는 식물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