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뮌스터 : 잉글랜드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다

 

 

Thrasher Magazine에 싣린 기사

  기차는 내가 만취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려는 셈인양 요동을 쳐댔다. 내 위는 경련을 일으켰다. 위액이 내 입을 가득채웠고… 고통스러웠다.

  ‘괜찮아요? 개브?’

  ‘어…허?’

  오, 나는 괜찮아, 거의 말이지. 허나 오스턴드 페리의 블루 넌 스파클링 와인은 추천하지 말아야겠다. 2리터짜리 보틀이 아니더라도, 어찌됐든 간에 말이다. 

  어디까지 말했지? 뭘하고 있었지? 오 그래. 점차 기억이 돌아온다. 나는 흐릿한 숙취와 함께 세계 대회의 열기에 사로잡혀가던 잉글랜드인 특파원이었다.

 

대회의 로고

 

  벨기에에서 독일로 가는 기차의 선로는 구불구불 거렸고, 나는 뮌스터로 가고 있었다. 뮌스터에서 개최된 ‘Monster Titus World Cup’을 위해서. 그곳은 세계 최고의 스케이트 검투사들을 위한 경기장이며, 검투사들의 운명을 이끄는 최상위급 축제였다.

  내가 도착 했을 때, 내 머릿 속은 질문으로 가득했다. 쩌는 놈이 있을까? 놀랄 만한 놈이 있을까? 말아먹는 놈이 있을까?

  나의 아주 즐거운 패거리인 Big Vern은, 그만의 의문을 갖고 있었다. 우리 어디서 자? 우리 어디로 가는 지 알아? 너 3.50파운드 밖에 없는거야?

  나는 동요할 게 없었다. 이건 전적으로 프로페셔널한 행사였고, 고로 나는 전적으로 프로페셔널하려 애썼다. 나는 안절부절 하는 녀석을 데리고 가서는 프레스패스를 발급 받았으며, 내 든든한 필기루를 챙기고 난 다음에는 그날의 행사를 기다릴 겸 창고에서 선잠을 잤다. 그 탓에, 나는 미국의 챔피언인 Chris Miler가 예선에서 램프를 탈 무렵에야 일어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밀러가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보는 것은, 나를 기쁘게 하면서도 슬프게 했다. 내 머릿 속에는 의문으로 가득했다. 왜 나는 크리스 밀러처럼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지? 왜 나는 Keith Chegwin처럼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지? 왜 이정도 밖에 못하는거야?

  인생은 잔인하다. 나는 암브로시아(역주 : 그리스 신들이 먹는 귀중한 음식)가 차려져 있는 연회상에 던져진 싸구려 과자(원문 : Bovril crisps) 같았다. 나는 스케이팅 실력만 허접했을 뿐만 아니라 관중으로서도 허접했기 때문에, 그날 하루에 치뤄진 경기 대부분을 놓쳐버렸다. 다만 뭐 어떠냐, 이날은 토요일이었으니 말이다. 누구든 간에, 실력자였다면 그 다음날에 치뤄질 결승전에 진출했을 것이다.

  그날 밤, 숙소에 대한 고민은 파운드화가 도이치화(역주 : 유로화가 도입되기 전 독일의 화폐)로, 도이치화가 라거로, 머리가 술에 절은 구름으로 바뀌면서 사라졌다.

 

클럽 Odeon의 로고.

  밤의 뮌스터는 스케이터들로 자리를 채웠고, 사이렌은 울렸다. 나는 클럽 Odeon(역주 : 2002년에 폐쇄됨)에서 바보처럼 춤추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흘깃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내 소중이가 껌뻑 거릴만큼 멋진 여성이 몇 명 있었지만, 나는 라거 냄새에 절어 있었다. 그 냄새는 향으로 어필하기에는 아마 가장 최악이었기 때문에, 그 여자들은 내게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왜 관심을 끌지 못했을까? 왜 내게 말을 걸었던 매력적인 사람은 다른 놈과 떠난걸까? 왜 독일인들은 라거를 올바르게 따르질 못하는 걸까? 왜 나는 테이블 위에 올라서서 The Pogues의 노래를 불러댄 걸까?

 

  나는 너무 취한 터라, 정신이 혼미했다. 집으로 가려고 자전거를 훔치려 해댔다. 8번 정도 그렇게 해대다가, 내가 자전거를 훔칠 능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그걸 타고서 갈 집도 없지 않는가. 왜 나는 지낼 곳도 없는 거지?

  오 니미럴! 나는 술에 절은 머저리로서 최후의 보루를 택했다. 민족주의. 영국인들은 나란히 동네로 행진했다(음, 갈지자 걸음을 걷는 다섯명 정도의 무리였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모든 Terrace 노래를 불러대었다(그것 말고는 부를게 없었다). 고주망태의 함성은 소세지놈들(역주 : 원문에서는 Krauts)과 섞였다. 하지만 EEC(역주 : 유럽 경제 공동체) 동지랑 지지고 볶을 필요가 있겠는가? 코와붕가 시간이 아니겠는가? 잉글랜드 괴물놈들과 라거 애쓰홀 녀석들이 밤거리를 서성거렸다.

  나는 철벅철벅 바를 지나갔다. '형씨들, 어디서 왔수?' 영국 사내가 바의 야외 좌석에서 일어난 채로 물어보았다.

  '런던',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단연코 자랑스러운 여왕의 병사 중 한명이자, 낯선 땅에서 외로이 있는 이, 고향으로부터의 이야깃거리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로서, 더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대화에 응했다.

  '난 빌어쳐먹을 런던놈들이 싫어, 야이 썩어먹을 남부 놈아!' 허나 그의 팔뚝은 일상다반사라는 듯이 전투태세에 들어서 있다니. 이런 맙소사!

  제노포비아는 깝죽대며 즐기기에는 좋을 수 있겠지만, 허나 그것이 실제 상황에서 당신의 얼굴을 맞댄 채 당신을 망가뜨리고 싶어 하는 것을 본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는 전쟁을 벌이고 싶었고, 나는 잠을 자고 싶었다. 나는 변명거리를 만들어내고서 떠난 다음, 잠잘 곳을 찾아 체육관으로 얼른 돌아갔다.

  나는 너무 일찍 일어났거나, 어쩌면 너무 늦은 지도 모르겠다. 자고 일어나니, 더러운 체육관 바닥에 얼굴을 박고서 반은 헐벗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내 콧구멍에는 대강당의 조례가 만들어 냈을 먼지 투성이가 채워져 있었다. 일할 시간이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나는 잠든 스캐이터들의 몸 위로 사뿐사뿐히 걸어간 다음, 카펫이 깔려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 카펫의 푹신함에 유혹당한 바람에, 나는 머리를 파묻고는 다시 잠들 수 밖에 없었다. 

 

25분 54초부터 Bod Boyle의 묘기가 시작됨. 

  그 덕분에 나는 다시 태어난 듯 개운하게 깨어날 수 있었고, 카페인을 들이키고 난 다음에는 오후 경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결승전이 시작 되었고, 놀라운 광경, 황홀한 광경이 펼쳐졌다. 얼마 뒤 관중들이 갑작스레 피치 위로 몰려 들었고, 모든 것은 끝이 났다. Bod Boyle이 승리한 것이다. Gazza(역주 : 축구선수 폴 개스코인의 애칭) 당신히 간절히 그리던 순간입니다! 잉글랜드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고요!

  그날 저녁 뮌스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잉글랜드의 원정 승리에 어울리는 난동이 벌어졌다. 햄버거 던지기로 시작된 싸움은 집기 던지기로 번져 나갔고, 결국 의자와 주먹이 오가는 싸움으로 종결되는 바람에 맥도날드는 영업을 종료할 수 밖에 없었다.
  몇몇 로컬 나치&스킨헤드 놈들은 흑인 스케이터를 폭행했고, 그 무렵 시내에 있던 수백명의 스케이터들은 곧바로 야마돌았다. 그들은 스킨헤드 놈들을 쫓아가 혼쭐을 내준 다음, 즉흥적으로 결집해 '나치아웃!' 집회를 벌였다. 물론 거기에는 가게의 창문을 부수는 일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존나 좋군.

  나는 뒷풀이 파티를 위해 트렌디한 클럽인 오데온으로 다시한번 발걸음을 옮겼다. 피로감이 나를 찾아오면서 또다시 감성적이게 되자, 두려워하던 의문들이 다시금 나를 찾아왔다. 왜 나는 오늘 밤에 지낼 곳이 없는 거지? 왜 나는 스케이팅 실력이 똥같은 거지? 왜 모든 여자들은 또다시 내게 거리를 두는 거지?

  허나 그 이후 Bud는 내게 팔을 감싸더니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이건 해명할 필요도 없을테지만, 남자 간의 친밀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써 말이다). 이런, 결국 누군가가 해내었군! 그는 우승자였을 뿐만 아니라, 내 자존감을 복돋게 해주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자존감을 끼고서, 나와 요크셔 출신의 스캐이터인 Snoz는 여성 두명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름다운데다 우리와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차와 호텔방 까지도 있는 여성들이었다! 어느새 나는 럭셔리한 차의 뒷자석에 앉은 채, 타운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3시에, Snoz는 뮌스터 스케이트파크로 우리를 데려갔고, 나는 황홀하게 바라보는 관객들을 위해 젖빨던 힘까지 쥐어 짜내어 보드를 탔다.

  모든 것이 그저 완벽할 뿐이었다. 내 앞에 라인이 그려져 있는 듯했고, 나는 그걸 따를 뿐이었다.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면 내가 보드를 깜빡해버린 것인데, 그쯤이야 내 영광의 순간에 취소선을 긋지 못했다. 나는 3시의 병신이 아니었고, 나만의 스케이트 히어로였으며, 나는 세계와 하나가 되었다. 잉글랜드는 세계대회에서 우승했고, 나는. 짱짱보이처럼 스케이트를 탔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두명의 나이스한 독일인 소녀들과 타운을 드라이브 하고 있지 않던가. 좀 있으면 우리는 그녀들의 5성급 호텔로 가서 동이 틀 때까지 므흣한 거사를 치룰 것이다. 3시에서 월요일 아침까지의 뮌스터, 삶이란 아름답도다.

  정말, 그 순간이 좋았다.
  3시 30분 무렵에 우리는 정신이 헷가닥했었고, 4시가 되자 나는 약빤 것처럼 되었고, 동이 틀 때까지 기차역을 빙빙 돌며 스케이트를 탔다. 그러고는 그곳을 떠나는 첫번째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가 들썩 거리자, 세상은 다시한번 움직였다. 지금은 의문거리를 꺼낼 때가 아니야, 그저 깊이, 깊은 잠에 들 시간이야.

 

 

RaD, 1989

* 역주 : 정황상 1989년이 아니라 1990년에 기재한 기사로 추정. 이렇게 추정하는 데에는 두가지 근거가 있다.

하나는 Bod Boyle의 우승 이력이 1989년에는 없는 반면, 1990년에 Halfpipe Pro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 한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개빈이 폴 개스코인을 애칭을 언급했기 때문인데, 이는 폴 개스코인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보인 열정으로 인해 생겨난 애칭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Sheryl이 편집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