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작가의 말

 

사람이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을 수 없다는 걸,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아는데,
저는 그게 가장 두렵고,
두렵지만, 두려워도
삶의 실상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삶의 반대는 평(平)인 것인가,
그래서 나는 평하지 못한 삶의 두려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현실 속 수많은 불평(不平)한 삶들은 이야기가 되고,
삶에 대한 두려움과 삶으로 인한 고통 들은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일까,
모든 생명은 각자 의미심장하게 굴곡지고,
그 유일무이한 무늬가 우리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일까,
삶이 결코 평범하지도, 평화롭지도, 평온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늘 당연하면서 놀랍고,
이상하면서 또 궁금하고,
두려우면서 매혹적이어서,
우리는 자꾸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 불가능한 생을 생각하면,
그러나 그 불가능함과는 별개로,
모든 사람과 모든 생명이
평범하고 평화롭고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디 단 한번만이라도
이 세상에 어떤 생명 하나가,
그게 날파리 한마리라 하더라도,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은 적이 있기를,
단 한번이라도
한번만은 그 불가능한 삶이 존재했기를
기도하게 되는 이 마음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불가능한 갈망 때문에
이 갈망이 거대한 화폭의 틀처럼
평하지 못한 삶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단단히 잡아주고 팽팽히 당겨주기 때문에,
낱낱의 삶, 낱낱의 이야기 들은 모래처럼
덧없이 흩어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삶이 평하기를,
덜 아프기를, 조금 더 견딜 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당신의 평하지 못한 삶의 복판에,
아프고 무섭고 견디기 힘든 삶 한가운데,
곱고 단단하게 심어놓으면 어떨까,
그러면 그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한그루 이야기가 될까,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당신을 상상합니다.
사랑보다 어려운,


2019년 4월
권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