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옥상에 빨래를 널며

옷을 털던 당신이 먼 데를 바라보면

상심이 가까운 거

 

우린 왜 자꾸 추락하고 싶은 거야

 

*

 

안전벨트를 하면

셔츠가 다 구겨져

배에 힘을 주었는데

안전은 안간힘으로

다 나가서

서러운 주름이 남아

 

*

 

잠은 그 일을 해결한 게 아니라

덮어주었다

잠시 유예되는 고민

어디 그러기만 할까

한기를 끌어다 덮던 비현실의 꿈 또 꿈

 

*

 

비올라

라는 단어가 참 좋은데

부드러운데

비올라는 싫어하지

비올라는

애인의 전 애인의 악기

그건 지워지지 않는 비올라

시간이 지나도 비올라

어떤 날, 막연하게 어떤 날

확인되곤 하는 슬픔

 

*

 

어디 서러운 곳으로 가서

보이지 않는 마음에게 물어보자

얼마나 견디면 그곳을 아느냐고

살구나무의 침묵은 길었고 나는 늙어갔으나

말하면 사라지고 없는 그곳은

 

*

 

비밀은 거짓보다 위험해

다 말하지 마

왜 이래 나한테 이러지 마

 

긴 날들을 우리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야

 

*

 

문득 모르는 저녁이 나를 돌아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