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여름쑥 향을 맡고 싶은 날이 지나 네가 온다
심심한 나물 냄새 배어 있는 공기와 저녁놀
고요하고 격렬한 허기가 들이닥칠 때
알게 된다, 향으로 어떤 풍경을 기억한다는 것은
일테면 입덧이 시작되는 징조임을

엷은 몽유의 밤들 끝에 네가 날아왔고
내 배 위에 붙어 깜빡거렸다 최선을 다한 빛의 타전
메말랐던 눈물에서 여름쑥 향이 풍기기 시작한 그날 이후

무엇인가로 다시 태어나려고
나의 태중에 들어온 너를 위해
내 온몸이 바뀌기 시작했다

몸의 중심을 너에게 내준 채 생각했다 ;
아침이 오고 내가 눈떴을 때
한 마리 벌레로 변해 있어도 놀라지 않으리라

기우뚱한 노을의 둥근 들판을 지나온 너는
기우뚱해서 아름다워진 별이로구나
비스듬히 놓인 들판과 주름이 많은 시냇물과 둥글게 휘어 퍼지는 풀 내음을 향해
가녀린 더듬이를 뻗는 나를 누군가 만지기 직전 같은
오, 나는 더듬이를 사랑해

아침이 오면
내가 벌레 한 마리가 된 것을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묻겠지 나는, 침대 끝에 한 점으로 앉아서 ;
"내가 벌레 한 마리인 것이 왜 슬픈가?"
(슬퍼하는 이들 속에 섞여 슬퍼하는 척하며 다만 소문을 옮기는 이들에게도 똑같이 물을 것이다)
"반딧불이 한 마리처럼 나는 왔다 갈 것이다, 라고 언젠가 나는 쓴 적이 있고 당신들은 그 문장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나. 그런데 왜?"

세상 모든 반딧불이들이 자신의 중심에 지닌 불빛,
그 여릿한 불의 향내······
그걸 나는 사랑해
불의 향을 묻힌 채 너에게 가 닿는 더듬이를 사랑해

조그맣게 반짝이고 조그맣게 손잡고 조그맣게 사랑하며
조그마한 반짝임들이 조그마한 수많은 다른 은하를 이루는
무수한 여름풀꽃들의 냄새

나는 여름풀밭에 앉아 너에게 묻네 ;
"아무것도 해치지 않고 심지어 집조차 가지지 않고
나비 한 마리 반딧불이 한 마리처럼 살다 가는 것이 도대체 왜 슬픈가?"

(비교격은 쓰지 말고 대답해줘
om의 여름풀밭, 이곳의 유일한 규칙은 비교격의 추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