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What is a youth?

Impetuous fire

What is a maid?

Ice and desire

The world wags on

청춘이란 무엇인가?

치기어린 불꽃

앳된 여인이란 무엇인가?

냉정과 열망

세상은 흘러간다네

 

A rose will bloom

It then will fade

So does a youth

So does the fairest maid

장미는 흐드러진 다음

저무르기 마련이니

청춘도 그러하며

아름다운 앳된 여인도 그렇다네

 

Comes a time when one sweet smile

Has its season for awhile

Then Love's in love with me

어느 이의 달콤한 미소가 다가오는 때에

잠시나마 이 계절을 머금게 되네

그러면 사랑은 내 안에 머물게 되지

 

Some may think only to marry

Others will tease and tarry

Mine is the very best parry

Cupid he rules us all

어느 이는 그저 결혼 만을 생각하고

또다른 이는 놀리거나 미적거릴 뿐이지만

내 사랑은 가장 좋은 버팀목이 되어준다네

큐피트가 우리 모두를 지휘하니

 

Caper the caper sing me the song

Death will come soon to hush us along

Sweeter than honey and bitter as gall

Love is a task and it never will pall

Sweeter than honey and bitter as gall

Cupid he rules us all

앳되게 앳되게 내게 노래 불러주오

죽음이 머잖은 때에 우리의 숨결을 나란히 거둘 것이니

꿀보다 달고 쓸개보다 쓰라린

사랑은 과업이며 결코 묻히지 않으리

꿀보다 달고 쓸개보다 쓰라린

큐피트가 우리 모두를 지휘하니

 

 

1. Mine is the very best ‘parry’
Parry는 명사로 쓰일 경우 ‘1.(펜싱·권투 등의) 받아넘기기, 몸을 피하기. 2.발뺌, 얼버무리기, 회피, 핑계(evasion).’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사랑은 단순히 세태로부터 회피나 핑계, 방어를 하는 수단 보다는 그에 맞서고 받아넘길 수 있는 것이기에 뜻1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언어능력의 한계로 인해 이 의미를 마땅히 한 단어로 지칭하거나 본 뜻에 맞게 풀어내질 못해, 부득이하게 ‘버팀목’이라고 의역했습니다.

 

2. ‘Caper the caper’ sing me the song
Caper
‘1.깡충깡충 뛰어다니다 2.깡충깡충 뛰어다니기(skip) 3.(비격식) 장난 4.(비격식) (절도·강도 등의) 범죄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본디앳되게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진 않습니다. 사실장난스레 장난스레라고 해석을 하는게 좀더 와닿겠지요. 그러나 앳되다는 단어가 지닌 본래의 의미에 더해,  단어가 지닌 활발한 생명력에 깡충거림과 장난스러움이 내포될 있다고 생각함과 함께, 다음 구절과 좀더 맞물릴 있다고 여겨 그렇게 의역했습니다.

 

3. Love is a task and it never will ‘pall’
pall타동사 : 관덮개로 덮다; (일반적으로) … 덮다, 싸다. / 자동사 : [사람·기관이] [처음에는 즐겼던 것이] 진저리나다, 싫증이 나다[of ‥]; […] 물리다[with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본디 자동사로 마치는 문장이기 때문에결코 싫증나지 않으리라고 하는게 맞겠지만, 앞의 ‘Death will come soon to hush us along’ 구절과 엮어 생각해인간은 죽어 관에 묻힐 지라도, 사랑은 결코 죽지 않는 이라 보다 생각하면서 이렇게 의역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종로육가에 있다 이 쪽으로 와라 괜찮으니까


 모름지기 시를 좋아하는 사람과 종로에서 만나면 기형도 아니면 황인찬 시인을 꺼내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만에 만나는 J와의 만남을 종로에서 가지질 않았다면, 아마 나는 종로가 6가까지 있다는 사실을 영영 모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날 우리는 종묘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눈치 보듯 근황이야기를 꺼내다 풍경이나 늦은 점심거리를 말하다가, J는 불쑥 종로사가를 가장 좋아한다며 너는 몇가를 가장 좋아하냐고 내게 물어보았다. 그 질문에 나는 종로육가를 꺼내며, 그 이유를 덧붙였다. 존재하지 않는 거리이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J는 그런 내 대답에 갸우뚱 하더니, 네이버 지도를 켜며 그 말이 잘못된 것을 알려주었다. 이런, 정말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지난 10년 넘게 종종 종각에서부터 동대문까지 산책을 했음에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그 사실 때문에 김승일 시인님의 종로육가에 대해 느끼는 애정의 많은 부분이 달아나버렸기 때문이다.
 
 종로육가, 황인찬 시인의 종로 연작에 대한 김승일 시인의 그 대답을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로 눈물이 흘렀다. 황인찬 시인의 연작을 이어간 그 시에는 황인찬 시인이 그려낸 외딴 장면들에 자신이 함께 있더라면 했을 모습들을 써내려가는 것과 함께, '종로는 육가까지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가능한 세계를 만들어내며, '하지만 나는 종로육가에 있다 이 쪽으로 와라 괜찮으니까'라는 말로 마침으로써 기다림을 전하는 것에 친구와 마음의 거리를 함께 걸으려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친구를 위해 '종로육가'라는 가상의 거리를 만들어내어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 쓴 것이라고 착각했으며, 그 점이 이 시를 사랑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종로육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J에게 들었을 때는 정말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냅다 지도부터 보여주니까 어찌 부정할까.
 다만 내가 여태 종로6가라는 표지판을 어떻게 그냥 지나쳤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함께 표지판을 찾는 모험을 떠나자고 제안을 했다. 날씨는 산들했고, 몇 년의 부재에도 우리는 걷는 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없었기에 문제될 것 없었다.
 
 걸어보니, 종로 5가와 동대문 사이에 있는 종로6가를 여태 발견하지 못할 만하더라. 체인점 같은 곳은 물론이고, 지명을 알리는 표지도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종로5가' 혹은 '동대문'이라고 밖에 쓰여있질 않았기 때문이다. J도 그 사실을 인정해준 한편, 우리는 두번째 목표를 세우고서 '사이의 동네'를 탐방하기로 했다. 우리는 '종로6가'라고 쓰여있는 표지를 찾아나섰다.
 
 

 
 한시간 정도 돌아다녔을까. 우체국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반칙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결국 다른 '종로6가'를 찾지 못해 저 사진이나마 간신히 찍었다.
 그리고, '종로6가'를 찾아다니는 동안 나는 생각을 했다. 이 거리가 친구를 위해 만들어낸 거리가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종로5가와 동대문 사이에 위치한 이유로 이전의 내가 모른채 걸어지냈고 지금처럼 찾으려 애를 써도 그 이름이 보이지 않는 거리라면, 황인찬 시인이 더하지 않은 채 마친 거리를 이어다 시로 부른 것은 그 나름대로 감동인 것이 아니냐고. 꽃을 구해다 주지 않아도, 쓸쓸히 지나던 길가의 오른편에 들꽃이 피어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그 존재를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친구 또한 아름답기 마련이니까. 끝내 발 내딛지 않은 거리에서 나를 기다리며 함께 마침표를 찍길 바라는 친구 또한 아름답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J는 뻘짓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어주면서, 내가 착각한 것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로육가'를 아름답게 읊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묶여있던 몇가지 이야기 보따리를 J에게 꺼내었다.

 종로는 육가까지 있다

 내가 너의 새를 사서 대신 날려주고 싶다 너는 남고 그 옆에 나도 남고 물가에 발을 담그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과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 같이 있단 생각이 먼저 들겠지 종치는 소리가 들리면 은혜 갚은 까치 얘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종로는 육가까지 있다 할아버지 하고 아이가 부르면 너는 널 부르는가 해서 나는 날 부르는가 해서 돌아볼 것이다 그러나 종로는 육가까지 있다 나는 너와 내가 너와 나의 인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운명으로 묶여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저절로 켜지는 네 가스레인지를 고쳐주고 싶다 나는 네 개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나는 네가 믿는 종교를 이해하고 싶다 나는 네 강아지를 동물병원에 데려가고 싶다 나는 네 팔을 끌어당겨 자동차에게서 너를 구하고 싶다 중요한 사실을 깨달으면 곧장 너에게 전화하고 싶다 정말로 종로는 육가까지 있다 너와 함께 멀리서 남영역에 불이 꺼지는 것을 쳐다보고 싶다 너에게 첫끼를 차려주고 싶다 네가 가는 병원에 따라가고 싶다 이 앞에서 기다릴까 아니면 같이 들어갈까 저기 봐 노인이 고교생을 두들겨 패고 있어 우린 같이 밀린 빨래를 했지 밀린 빨래를 오랜만에 하는 빨래라고 말해 보았지 진짜 무섭더라 노인이 고교생 패던 거 정말 무섭더라 도로 위에 끝없이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거 저길 봐 너랑 똑 닮은 애가 지나간다 미래의 네 자식인가 봐 그러면 너는 애가 못 본 새 많이 컸다는 생각을 할지도 몰라 병원에서 네가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면 나는 너무 슬퍼서 네가 왜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무슨 병인지 물어보고 싶다 추측하고 싶다 걱정해야 한다 밥을 먹자 밥을 먹고 약을 먹어야지 첫 끼를 이미 먹어 배고프지 않은 너와 소화가 되게 너의 집까지 걸어가고 싶다 종로육가에는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다 니가 내게 먼저 전화를 했으면 좋겠다 꼬박꼬박 집에 돌아가니 벙어리 노인이 나를 맞아주었어 벙어리 노인을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사실 내가 벙어리 노인이야 네가 그러면 아니야 내가 벙어리 노인이야 빨래가 어디갔지 네가 그러면 내가 미리 다 개켜놓았어 나는 너의 가스레인지를 고쳐주고 싶다 종로육가에는 짜장면 집도 있다 앞으로는 걸어다니지 말자 나는 비정하게 말하고 싶다 네가 나의 마음을 알 수 없었으면 좋겠다 네가 지쳐서 주저앉아도 나는 주저앉고 싶지 않다 나는 담배를 끊고 싶다 나는 너의 눈을 쳐다보고 싶지 않다 나는 너를 믿고 싶지 않다 나는 신앙을 가지고 싶지 않다 네가 너의 사람과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가는 상상을 할 때 그곳에 내가 있다면 나는 무엇도 빛이라고 부르지 말고 사람이라고 믿지 않으며 멀찍이에 있겠다 나는 아무것도 부르고 싶지 않다 나는 너희 두 사람의 멀찍이에 있고 싶다 나는 너희의 뒤에서 최신가요를 부르고 싶다 나는 내 자신을 너희들을 그리고 우리들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 나는 너에게 손을 내밀고 싶지 않다 손을 잡지 않으면 어깨도 잡지 않고 그러면 끌어안을 일이 없다 나는 너의 뺨을 만지지 않고 뺨에 흐르는 것이 있어도 무시하고 싶다 나는 흰 김이 나오는 추운 거리에서 숨을 쉬고 싶지 않다 나는 아름다움을 모른다 종로는 육가까지 있다 나는 느낌을 간직하지 않는다 가스레인지를 고쳐주고 싶다 나는 너희에게 돈을 주고싶다 택시를 타라고 거리를 벗어나라고 나는 너희의 사랑을 폭로하고 싶다 나는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 종로가 육가까지 있다는 것은 사실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모든 것이 정말로 잘 되어가고 있다 나는 누구의 눈도 바라보고 싶지 않다 나는 말해주고 싶다 눈에 담긴 것은 진실과는 상관없다고 이제 걷지 말라고 서울에는 아침에만 가고 싶다 나는 다정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너에게 대답을 하고 싶다 나는 너희가 정확히 얼마나 걸었는지 시간을 재서 보여주고 싶다 나는 책상이 없는 교실에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중학생 같은 것은 보고싶지 않다 나는 리코더와 너를 남겨두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싶다 나는 너에게서 떠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종로육가에 있다 이 쪽으로 와라 괜찮으니까

 탁자를 쾅쾅쾅 내리치면 모두가 이쪽을 본다 거기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건 중학생도 모르지만 중학생은 탁자를 내리치는 데 중독되었다

 중학생은 이 거리에서 태어나고 이 거리에서 자랐다 중학생은 거리의 생활을 안다 거리의 생활은 아름다운 것들이 급속도로 피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생활이다

 어느 날 중학생은 거리에서 아름다운 중학생을 보았다

 두 사람이 보고 나온 영화는 반복되는 하루를 그린 영화였다 중학생은 중학생에게 묻는다 좋았어? 잘 모르겠어 나는 이 영화를 제일 좋아해 중학생이 엄숙하게 말했다

 교실에 빈자리가 없었는데도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중학생이 거리를 떠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제는 밤이다 얼른 돌아가지 않으면 혼날 시간인데 소방차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달려간다 중학생은 중학생의 손을 잡고 싶다

 중학생은 무엇인가가 무엇인가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소리는 거리 어디에나 있었다 거리 어디에나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있었다

 중학생은 중학생과 거리를 걸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아름다운 중학생이 아름다운 중학생과 아름다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들의 뒤를 따르는 중학생도 있었다

 중학생은 교실에 앉아 있다 중학생은 속으로 이건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생각과 너무 달랐다 의외로 세상은 선량하구나 중학생은 노트에 적어 보았다

 모두가 중학생을 보고 있다 중학생은 탁자를 다시 세게 내리쳤다

 앞으로는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다정하게 말했지 하지만 나는 네 마음을 안다 걷다가 걷다가 걷고 또 걷다가 우리가 걷고 지쳐 버리면, 지쳐서 주저앉으면, 주저앉은 채 담배에 불을 붙이면,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보았다고 믿어 버리고, 믿는 김에 신앙을 갖게 되고, 우리의 신앙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깊은 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겠지 우리는 이 거리를 끝없이 헤매게 될 거야 저것을 빛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다 저것을 사람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고 그러면 나는 그것을 빛이라 부르고 사람이라 믿으며 그것들을 하염없이 부르고 이 거리에 오직 두 사람만 있다는 것, 영원한 행인인 두 사람이 오래된 거리를 걷는다는 것, 오래된 소설 같고 흔한 영화 같은, 우리는 그러한 낡은 것에 마음을 기대며, 우리 자신에게 위안을 얻으며, 심지어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겠지 너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은 잡아 달라는 뜻인 것 같다 손이 있으니 손을 잡고 어깨가 있으니 그것을 끌어안고 너는 나의 뺨을 만지다 나의 뺨에 흐르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겠지 이 거리는 추워 추워서 자꾸 입에서 흰 김이 나와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느낌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 것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소박한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추위와 빈곤에 맞서는 숭고한 순례자가 되어 사랑을 할 거야 아무도 모르는 사랑이야 그것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놀라워서, 위대하고 장엄하여서 우리는 우리가 이걸 정말 원했다고 믿겠지 그리고는 신적인 예감과 황홀함을 느끼며 그것을 견디며 끝없이 끝도 없이 이 거리를 걷다가 걷고 또 걷다가 그러다 우리가 잠시 지쳐 주저앉을 때,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거기에 담긴 것이 정말 무엇이었는지 알아 버리겠지 그래도 우리는 걸을 거야 추운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자꾸만 걸을 거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서 그냥 막 걸을 거야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아직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나는 너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된 일인지 우리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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