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밥만 먹어도 내가 참 모질다고 느껴진다 너는 어떠니,

지난 겨울 죽은 나무를 버린 적이 있었다. 마른 뿌리를 흙에 파묻고서 나무의 본분대로 세워두었는데, 지난겨울 그렇게 버려지면 좋았을 내가 남몰래 조금씩 미쳐갔다. 남몰래 조금만 미쳐보았다. 머리카락이 타오르는 걸 거울 속으로 지켜보았고 타오르는 소리를 조용히 음미했다.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실컷 울 수도 실컷 웃을 수도 있을 것 같은 화사한 얼굴이 되었다. 끝까지 울어보았고 끝까지 웃어보았다. 너무 좋았다. 양지에 앉아 있었을 때 웅크린 어느 젊은이에게 왜 너는 울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젊은이의 눈매에 이미 눈물이 맺혀 있더라. 그건 분명 돌멩이였다. 우는 돌을 본거야. 그는 외쳤어. 미칠 것 같다고! 외치는 돌을 본거야. 그는 더 웅크렸고 웅크림으로 통째로 집을 만들고 있었어. 그 속에 들어가 세세년년 살고 싶다면서.

요즘도 너는 너하고 서먹하게 지내니. 설명 할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매일매일 일어나니. 아무에게도 악의를 드러내지 않은 하루에 축복을 보내니. 누구에게도 선의를 표하지 않은 하루에 경의를 보내니. 모르는 사건의 증인이 되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듯한 기분으로 지금도 살고 있니. 아직도, 아직도 무서웠던 것을 무서워하니.

너는 어떠니. 도무지 시적인 데가 없다고 좌절을 하며 아직도 스타벅스에서 시를 쓰니. 너무 좋은 것은 너무 좋으니까 안된다며 여전히 피하고 지내니. 딸기를 먹으며 그 많은 딸기씨가 씹힐 때마다 고슴도치 새끼를 삼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여전히 괴로워하니. 식물이 만드는 기척도 시끄럽다며 여전히 복도에서 화분을 기르고 있니. 쉬운 고백들을 참으려고 여전히 꿈속에서조차 이를 갈고 있니. 너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었다. 나도 그때 여기가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디로든 가야만 한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던 게 마음에 들었다. 지난겨울 내가 내다버린 나무에서 연둣빛 잎이 나고 연분홍 꽃이 피고 있는데 마음에 들 수밖에. 지난겨울 내가 만난 젊은이가, 아니 돌멩이가, 지금 나랑 같이 살고 있
다. 나도 그 옆에서 돌멩이가 되었다. 뭐랄까, 우는 돌멩이 옆의 웃는 돌멩이이거나 외치는 돌멩이 옆의 미친 돌멩이 같은. 그는 어떨 땐 울면서 외치면서 노래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허밍을 넣지. 

가끔 그럴 때가 있다.

 

-

 

이번 오월은 정말 어떻게 보내었는지, i를 생각치도 못한 채 여태 흘렀다는 것을 갑작스레 깨달아버렸다.

옥상에 빨래를 널며

옷을 털던 당신이 먼 데를 바라보면

상심이 가까운 거

 

우린 왜 자꾸 추락하고 싶은 거야

 

*

 

안전벨트를 하면

셔츠가 다 구겨져

배에 힘을 주었는데

안전은 안간힘으로

다 나가서

서러운 주름이 남아

 

*

 

잠은 그 일을 해결한 게 아니라

덮어주었다

잠시 유예되는 고민

어디 그러기만 할까

한기를 끌어다 덮던 비현실의 꿈 또 꿈

 

*

 

비올라

라는 단어가 참 좋은데

부드러운데

비올라는 싫어하지

비올라는

애인의 전 애인의 악기

그건 지워지지 않는 비올라

시간이 지나도 비올라

어떤 날, 막연하게 어떤 날

확인되곤 하는 슬픔

 

*

 

어디 서러운 곳으로 가서

보이지 않는 마음에게 물어보자

얼마나 견디면 그곳을 아느냐고

살구나무의 침묵은 길었고 나는 늙어갔으나

말하면 사라지고 없는 그곳은

 

*

 

비밀은 거짓보다 위험해

다 말하지 마

왜 이래 나한테 이러지 마

 

긴 날들을 우리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야

 

*

 

문득 모르는 저녁이 나를 돌아보네

 

You're yelling at my face after all these drugs

You tell me that I change around all these thugs

Movin like you TLC, seein that I’m just a scrub

Never thought that me and you would fall out of love (Ahh)

You said you was always gon' have my back (Yeah)

Thief in the midnight, you gon' stab me in my back

I’m the fool 'cause 3 times I fell for that (Ahh)

넌 약 빨아재끼고도 내게 소리를 질러대는구나

너는 니가 그 모든 망나니들을 되바르게 만들었다고 말했지

너는 TLC처럼 굴었고, 나는 좁밥이 된 것만 같았어

너와 내 사랑이 이렇게 곤두박질 쳐버리라는 것을 절대 알지 못했지

넌 항상 내 뒤를 봐줄거라고 말해놓고서는

오밤중에 내 등을 찔러댈 요량인걸

내가 머저리인거지, 세번이나 속았으니까

 

Is it you, the world or myself that's driving me crazy? (Crazy, crazy)

Is it you, the world or myself that's driving me crazy? (Crazy, crazy)

Is it you, the world or myself that's driving me crazy? (Crazy, crazy)

너일까, 세상일까, 혹은 나 자신인걸까?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은

너일까, 세상일까, 혹은 나 자신인걸까?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은

너일까, 세상일까, 혹은 나 자신인걸까?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은

 

I'm so high I don't know what else to do

Why tell lies when I only want the truth?

You switchin' side when you on the other side now

Let me derive, what you said you want to drive now

I was in the wrong I know that

Don’t tell me that I’m fucked up, baby 'cause I know that

You love your demons, you know I know that

Wake up from my wrongs, cause I know I order ya (Ahh)

너무 취한 탓인지 뭘 어찌 해야할 지 가늠이 안되네

왜 내가 그저 진실을 바랄 때 거짓을 말해대지?

너는 지금 저 너머에 붙어 놓고서도 태세를 바꾸려 하는구나

내가 짐작케 해봐, 지금 니가 이끌어갈거라 말한 것을 말야

내가 맛탱이 간 것쯤은 나도 알아

내가 조졌다는 말은 하지마, 자기야 나도 아니까

너는 니 내면의 악을 사랑하고, 내가 알고있다는 것도 알고있지

내 잘못에서 깨어나, 나도 내가 네게 시킨다는 걸 아니까

 

Is it you, the world or myself that's driving me crazy? (Crazy, crazy)

Is it you, the world or myself that's driving me crazy? (Crazy, crazy)

너일까, 세상일까, 혹은 나 자신인걸까?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은

너일까, 세상일까, 혹은 자신인걸까?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은

 

She'd take the world off my shoulders
If it was ever hard to move
She'd turn the rain to a rainbow
When I was living in the blue
Why then, if she's so perfect
Do I still wish that it was you?
Perfect don't mean that it's workin'
So what can I do?

그녀는 내 어깨에 짊어진 세상을 떨쳐주지
그것이 걸음을 버겁게 만든다면 말이야
그녀는 비를 무지개로 바꿔놓았지
내가 우울의 파랑에 놓여있을 때 말이야
그렇다면 왜, 그녀가 그토록 완벽하다면
나는 왜 여전히 그러는게 너이길 바라는걸까?
완벽이라는 것이 좋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지
그렇기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When you're out of sight
In my mind
네가 내 마음 속의
시야에서 멀어졌을 때 말이지

'Cause sometimes I look in her eyes
And that's where I find a glimpse of us
And I try to fall for her touch
But I'm thinkin' of the way it was
Said I'm fine and said I moved on
I'm only here passing time in her arms
Hopin' I'll find a glimpse of us
그래서 나는 이따금씩 그녀의 눈을 쳐다보는데
그 속에서 나는 우리의 한때를 발견하고는 해
그리고 나는 그녀의 손길에 잠기려 하지만
허나 나는 지난 때를 떠올리게 되는걸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나는 잊었다고 말하네
그저 그녀의 팔에 묻혀 시간을 흘려보내
우리의 한때를 찾아낼 수 있길 바라면서

Tell me he savors your glory
Does he laugh the way I did?
Is this a part of your story?
One that I had never lived
Maybe one day, you'll feel lonely
And in his eyes, you'll get a glimpse
Maybe you'll start slippin' slowly and find me again
내게 말해봐, 그가 네 영광에 향미를 더한다고
그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미소를 짓니?
이것도 네 이야기의 한 부분이니?
내가 결코 존재 않는 이야기 말이야
만일 어느 때에, 네가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렇다면 그의 눈 속에서, 너는 한때를 마주할거야
어쩌면 너는 서서히 흘러들어버릴테고, 다시금 나를 찾게 될지도 몰라

When you're out of sight
In my mind
네가 내 마음 속의
시야에서 멀어졌을 때 말이지

'Cause sometimes I look in her eyes
And that's where I find a glimpse of us
And I try to fall for her touch
But I'm thinkin' of the way it was
Said I'm fine and said I moved on
I'm only here passing time in her arms
Hopin' I'll find a glimpse of us
그래서 나는 이따금씩 그녀의 눈을 쳐다보는데
그 속에서 나는 우리의 한때를 발견하고는 해
그리고 나는 그녀의 손길에 잠기려 하지만
허나 나는 지난 때를 떠올리게 되는걸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나는 잊었다고 말하네
그저 그녀의 팔에 묻혀 시간을 흘려보내
우리의 한때를 찾아낼 수 있길 바라면서

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 속에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 이 발명품에는 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 다만 꼭 다문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었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호텔 건너편 발코니에는 빨래가 노을을 흠뻑 머금고 붉은 종잇장처럼 흔들리고 르누아르를 흉내 낸 그림 속에는 소녀가 발레복을 입고 백합처럼 죽어가는데

호텔 앞에는 병이 들고도 꽃을 피우는 장미가 서 있으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

장미의 몸에 든 병의 향기가 저녁의 공기를 앓게 하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

자연을 과거시제로 노래하고 당신을 미래시제로 잠재우며 이곳까지 왔네 이국의 호텔에 방을 정하고 밤새 꾼 꿈속에서 잃어버린 얼굴을 낯선 침대에 눕힌다 그리고 얼굴 안에 켜지는 가로등을 다시 꺼내보는 저녁 무렵

슬픔이라는 조금은 슬픈 단어는 호텔 방 서랍 안에 든 성경 밑에 숨겨둔다

저녁의 가장 두터운 속살을 주문하는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는 골목 토마토를 싣고 가는 자전거는 넘어지고 붉은 노을의 살점으로 만든 칵테일, 딱 한 잔 비우면서 휘파람이라는 명랑한 악기를 사랑하면 이국의 거리는 작은 술잔처럼 둥글어 지면서 아프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 그러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 라는 말을 계속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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