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저걸로 샐러드를 만들 수 있을까?

 

 대교에서 얼어붙은 바다를 바라보는 꿈을 자주 꾸었다 굳이 시키는 사람이 없는데도 무언가를 기다렸다 얼어붙은 물속엔 초록 잎사귀들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게 예뻐서 언젠가는 저걸로 샐러드를 해 먹어야지, 그래야만 한다고 늘 생각했다 그렇다면 도끼를 가져올게 저걸 깨뜨려서 너에게 줄게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나는 아니라고 했다 이건 그렇게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결국 도끼를 남기고 떠났고 나는 그 도낏자루들을 분리해 의자도 만들고 대교를 더 튼튼하게 정비했다 의자에 앉아서 얼음 안에서 궤도를 그리며 돌아가는 잎사귀들을 망원경으로 매일매일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바라보는 것만 할래…… 이제 그만 돌아다니고 싶어……

 

 보통 이렇게 되면 국면 전환을 위해

 

 너는 얼어붙은 바다 위를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히

 걸어온다

 

 그리고 얼음 속에 갇힌 잎사귀가 아닌

 흐르는 물 속에서 헤엄치는

 잎사귀들을 내게 건넨다

 

 이제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로 끝날 것이나

 나에게 너는 사실 영영 없는 것이 당연하고

 

 그게 그렇게 아쉽지 않다

 

 왜냐하면 샐러드는 있잖아, 꿈에서 깨어나

 만들어 먹으면 된다

 

 그런데

 만일 네가 있다면

 

 네가 너 자신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많길

 

 나를 굳이 구하러 오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당연하길

 

 누군가의 당연한 행복을 이상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

 

 응. 왜냐하면 나는

 

 이미 대교에 불을 지르고

 깨어난 지 오래되었다

⠀부풀어오르는 허기를 긁어대며 편지를 씁니다. 노을섬 모래톱여인숙에서의 마지막 서신입니다. 넓은 음역으로 출렁이는 파도의 노래가 정점에 치달을 때, 끄물대는 전등 아래 당신의 주소를 더듬는 동안 발가락까지 물들어버 렸습니다. 부디 뒷모습만 기록한 편지를 용서하시길. 진실이 거짓말의 그림자이듯 풍경의 배후에 노을섬이 있는 까닭입니다. 모기의 침처럼 살을 뚫고 내려앉던 그 가렵도록 생생한 빛들과 풀벌레 울음처럼 날 자꾸 저녁의 모퉁 이로 불러내던 그 색들만은 온새미로 동봉합니다. 보세요. 봉투를 뜯는 순간 빛과 색이 얼굴 맞대고 흔들리는 경계를. 낮 동안 뒤죽박죽 섞인 색들이 낳는 순백의 어둠을. 안간힘으로 핏빛 날개 부풀리는 구름들을. 붉은 울음들 몸을 풀면 춤추는 수평선에서 불멸을 꿈꾸는 내가 떠오릅니다. 당신의 하얀 눈동자를 만져줄 수 있다면 더욱 밝겠지요. 끝으로 아름다움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이 준 색상환을 돌려드립니다.

누가 내 꿈을 훼손했는지

하얀 붕대를 풀며 날아가는 새 떼, 
물을 마실 때마다 새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자의 명치를 밟고 함께 주저앉는 일 함께 멸망하고온 것들

그녀가 나무를 심으러 나갔다 나무가 되어 있다

가지 굵은 바람이 후드득 머리카락에 숨어 있던 아이들을 흔든다 
푸르게 떨어지는 아이들

정적이 무성한 여름 정원, 머무른다고 착각할 법할 지름, 
계절들이 간략해진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정원에 있다 슬프고 기쁜 걸 청각이 결정하는 일이라니
차라리 눈을 감고도 슬플 수 있는 이유다

정원에 고이 잠든 꿈을 누가 훼손했는지 알 수 없다 눈이 마주친 가을이 
담을 넘지도, 돌아가지도 못하고 걸쳐 있다

구름이 굵어지는 소리 당신이 땅을 훑고 가는 소리

우리는 간헐적으로 살아 있는 것 같다

 

 

I can't believe the way you showed everyone 

네가 모두에게 보여준 모습을 믿을 수 없어.

Couldn’t they see what you could do for everyone

그들은 너가 뭘 할 수 있는 지 볼 수 없던거니?

I know it took you a while to get to California

네가 캘리포니아에 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린걸 알아

I had no idea I was waiting on you

내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어

-

I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나는 우리가 흘러가는 방식을 믿을 수 없어.

I can't believe the way we live together

우리가 함께 하는 방식을 믿을 수 없어.

I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나는 우리가 흘러가는 방식을 믿을 수 없어

I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우리가 흘러가는 방식을 믿을 수 없어

 

I could have used you in the early days 

나는 너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왔을 지도 몰라

Well, it's been such a long, long, long, long time 

마치 아주, 아주, 아주 오랜 시간부터

With the music of my mind 

내 마음의 음악으로 말야

Most of it seems unfinished

그 대부분이 끝나지 않은 영감이라는 것을

Now I can't believe the

지금 나는 믿을 수 없어

 

I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나는 우리가 흘러가는 방식을 믿을 수 없어.

I can't believe the way we live together

우리가 함께 하는 방식을 믿을 수 없어.

I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나는 우리가 흘러가는 방식을 믿을 수 없어

I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우리가 흘러가는 방식을 믿을 수 없어

 

Nothing makes a sound, When you’re not around 

너가 곁에 없을 땐, 어떤 소리도 만들어낼 수 없지. 

You are my fear of death, You wave my fear of self 

너는 죽음에 대한 내 두려움이자, 내 두려움을 떨치게 만들어줘.

And the long and the short Despite what I was told

그리고 본질적인 면에서 내가 들은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I’m finding I'm a smaller piece Than I once thought 

나 자신이 보다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가, 한때 생각했던 것보다도 말이지

Oh, no, I really am I really 

오, 진정으로 말야.

 

+

 

뮤비에서는 사랑의 다양한 갈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 속에 유영하는 다양한 연인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속에는 누군가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랑의 모습 또한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을 공평하게 교차시킴으로, 어떤 형태이든, 사랑 그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찬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봄잠’은 봄에 대한 제 마음이 반영된 곡이에요. 저는 한창 봄이 피어오를 때면 ‘4월은 잔인한 달’(T.S 엘리엇 - 황무지)이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시가 떠오르고는 하는데, 흐드러진 꽃들과 달리 제 마음은 다시 피어오를 기색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제 감정 때문에 만개한 봄의 시기를 ‘잔인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것은, 길가에 피어오른 꽃들에게 미안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대신 봄이 온 줄 모른 척 내내 잠드는 것을 택했답니다.

 

이 곡을 만들게 되었던 것은 작년 4월의 일인데, 그 무렵 저런 감정에 빠져서 끄적거린 뒤에 방치했었다. 원체 곡을 완성한다는 것에는 자신없을 뿐만 아니라, 이 감정을 짚어나가는게 두렵기도 해서. 그런 이유에서 그저 묻어두게 되었다.

 

 

siido - 봄잠, by Various Artists

from the album Postrockgallery Compilation Vol. 1

postrockgallery.bandcamp.com

그런 곡이 결국 두번이나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는데, 첫번째로는 포스트록 갤러리의 컴필레이션의 통해서 였다.

올 봄에 포스트락 갤러리에서 컴필레이션을 개최한 소식을 들었을 때만해도 나와 무관한 일이라 여겼는데, 생일을 보내는 날에 불현듯 참여를 하고 싶어졌다. 새롭게 곡을 쓸 자신도 기력도 없는 주제에, 무엇보다 자신의 곡을 꺼내는 것을 두려워한 주제에 말이다. 돌이켜 보며 생각하자면, 다시 세상으로 한발짝 다가가는데 이 일이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다만 두려움을 어찌 쉽게 극복하겠나, 

마감 기한이 다가올 동안 곡을 건들어보지도 못한 채 나뭇잎 점 치듯 할까 말까 해댈 뿐이였고, 결국 마지막날에 이 곡을 꺼내게 되었다. 포스트록 컴필레이션이라는 취지에 맞지도, 그렇다고 흥미를 유발할 곡도 아닌 곡을. 무엇보다 한번 손을 댄 것에 불과한 곡을.

 그러나 다른 곡보다 이 곡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내놓고 나니, 부끄러우면서도 속이 후련했다. 미완의 모양새이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이윽고, 비로소 곡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에 완성.

물론 지금 내놓은 것도 '완성'이라기에는, 화끈거린다. 다이나믹을 제대로 주지 못한데다, 이큐잉도 허접한터라..... 들을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구간이 적잖다...만, 그래도 수정하려고 끙끙거렸다면 아마 지금도 내놓지 못하고 있을게 뻔하다. 깔깔

그러니 '이 정도면 됐다'고 다짐한 5월 12일의 나를 칭찬하련다. 칭찬해!


1 ··· 31 32 33 34 35 36 37 ···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