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20221227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일출을 보러갔다는 J는 내게 사진을 보내주었다. 이런 날에 감정을 내색하고 싶지않아 제대로 축하해주지 못한게 미안하다.

내년 내 생일에는 그의 의식을 내가 따라한 다음 보내주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한 다음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지.

20221226

J가 죽었다.

20221225



J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6년 반디앤루니스 종로점의 마지막 영업일이었다.
그곳의 서점원이던 J는 이미 다른 길을 모색했던 데다 직원 간의 트러블에 지쳐 약간의 아쉬움과 홀가분함 만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곳이 폐점한다는게 결코 아니 슬플 수 없었다. 매번 종로에서 약속을 보낼 때면 그곳을 들러 책을 산 다음 매장 바깥 계단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는데, 더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사람과의 작별보다도 슬프다. 일방적으로 언제든 찾아갈 수 있을거라 믿었던 곳이 어느날 그럴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고, 재회하기가 인연보다도 어려운 법이니.
(물론 지금은 종로서적이 그곳에 부활해 다시 그 자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런 이유에서 J에게 ‘희지의 세계’를 구매하던 나는 그만 눈물이 펑펑 흘러나와버렸다. 그런 나를 보던 J도 왈칵 눈물을 쏟아버렸다. 나중에 말하기로는 내가 울자 그저 영문모를 눈물이 나왔을 뿐이라던 J는, 괜히 청승맞게 울어 덩달아 울게 만들어 죄송하다는 나에게 혹시 이따 시간 되냐는 질문을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늦은 밤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눈물의 이유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가 되었고, 얼마 안가 연인이 되었다.

집 안에 박혀있던 나를 끌고 나와서 힐튼호텔로 데려온 J는, 이런 지나간 얘기를 꺼내며 말해주었다. 헤어지고 나서도 이따금씩 어느 장소의 폐점안내를 보면 내가 생각나고는 했는데, 그때 나 덕분에 울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고. 어떻게든 한 시절을 밍숭하게 끝내는 것보다는 울면서 끝냈던게 되돌아볼 때 좋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게 더욱 미안하다는 말을 더했다.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힐튼호텔의 마지막 연휴를 구경할 수 있었고, 이런 기억을 또 나눌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낸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새 서로에게 옛 애인 보다는 전 부부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게 조금은 우습고, 많이 든든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결국에는 메리크리스마스

20221224

J는 자신 때문에 내가 알게된 것에 대해 자책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나는 너로 인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 아니라, 진작 버려야했던 것을 버렸을 뿐이니.

20221222

거짓과 위선으로 시작해서 거짓과 위선으로 끝나는 수미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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