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20220127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20230126

또 다시 눈은 내리고.


(j)를 생각하다보니, 내가 (j)에게서 떠올리던 또다른 이름이 떠올랐다. 작년, 이라고 쓰다가 어느새 재작년으로 밀려버린 기억과 함께.

20230124

 

 본가를 다녀온 사이, 마가렛에서 한송이 꽃이 피어나 있었다. 나를 반겨주기 위해 이런 깜짝쇼를 준비해두었다니...🥺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

 이 아이는 작년 식목일에 꽃집을 갔을 때 데려왔는데, 이름표를 보자 나윤희님의 눈 먼 정원이 떠올랐기 때문에 데려왔다. 그 작품에서의 주인공 이름과 똑같은 이름의 식물을 보자,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이 보이질 않지만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사람을 마주할 줄 아는, 그리고 강인하고 지적인 여인의 이름을 생각하며 데려온 이 아이는 정말 그 이름처럼 자라왔다. 바보같은 주인이 제때 물을 주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왔을 때에도 꿋꿋히 살아나면서.

 

 

 이렇게 마가렛과 함께 네 계절을 보내고, 또다시 꽃을 피워낸 모습을 바라보자 지난 겨울 죽어버린 아이들이 떠올랐다. 진경이네 옛동네를 찾아갔을 때 인연을 맺게된 어머님으로 받은 아이와 어느날 우연히 우리집 옥상에 날아와 자란 아이가.

 이 아이들은 내가 무기력함에 빠진 채 있는 동안 열린 창 사이로 들어든 한기에 얼어죽었다. 뜻밖의 인연으로 가꾸게 되었던 아이들이었던 터라 그 생명을 죽여버렸다는 죄책감에 더욱 좌절한 채 더욱 늪에 빠져 들 수 밖에 없었는데, 마가렛 덕분에 이 아이들에 대한 아픈 마음을 덜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다시금 추워진 날에도 내게 꽃을 피어내며, 생명이 곁에 있다는 것의 행복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옛날에는 반려동물이 죽고난 다음 다시 어느 생명을 키우는 사람을 볼 때 '결국 반려동물이 또다시 자신보다 먼저 죽게 될텐데, 어떻게 그 슬픔을 반복하려하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는데,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내가 식목일에 마가렛을 데려온 것은 병원의 선생님 덕분이었다. 지난날에 힘겨웠던 기억을 얘기하면서 죽은 아이들 이야기를 꺼내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내게 식물을 다시 키우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내가 당신의 공간에서 처음 꺼낸 얘기가 식물들이 많아서 마음이 한결 더 편한 것 같다는 말이었던 것이었다는 말과 함께, 내가 아이들에게 마음을 쓰고 또 결국 죽어버린 것에 아파한다면 그 다음 아이에게는 좀더 잘 해줄 수 있지 않겠냐며 다가오는 식목일에 꼭 식물을 사길 바란다며 부추겨 주셨다.

그 말을 떠올리고 나니, 올해의 식목일에도 다른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 동물이 죽게되면 무지개 다리로 가게 되는데, 반려 식물이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어디로 가면 그 아이들에게 행복한 곳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 언니네 이발관의 너의 비밀의 화원이 떠올랐다. 만약 죽은 반려 식물들이 가게될 곳이 있다면, 작년에 죽어버린 두 아이들을 포함해 이전에 내가 키웠던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비밀의 화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내가 죽고나서, 또다른 세상에서 눈을 뜨면 그런 나만의 화원에서 눈을 뜨고서 아주 어릴적 소중함을 모른채 키웠던 아이들부터 이 아이들까지 모두 함께 나를 맞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20230123


파피루스집에서 일어난 다음 간단히 떡과 커피를 먹고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전자렌지의 불빛이 새삼스레 예뻐서 찍었다. 커피는 재작년에 내가 선물해드린 드립백을 아버지께서 직접 내려주셨는데, 오래 되었다보니 쓴맛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 말을 하고나니 아부지께 드립백을 사드린 기억을 짚고 싶어졌다. 몇 해 전, 아버지께서는 내가 지금의 일을 하는 것과 미래의 계획에 꽤 근심을 하고 계셨다. 아버지께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의 노력으로 대기업에 취직하신 적도 있고 자영업을 하면서 많은 고충을 겪었다보니, 내가 어떻게든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염려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셨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만날 때마다 내게 다시 생각해보라던 아버지께서는, 재작년 초에 우리집에서 시간을 보내신 뒤로 그 말을 하지 않게 되셨다. 그날 나는 함께 새해를 보러온 아버지께 두가지 맛의 커피를 내려드리면서 원두에 따른 커피의 맛 차이를 음미하게끔 설명을 해드리고 무엇이 더 취향에 맞으신 지 물어본 다음, 아버지의 취향을 알게되어 기쁘다고 말했을 뿐이다. 겨우 그랬을 뿐인데 그 이후로 미래에 대해 말을 꺼내시질 않으시자, 아버지께서는 그 시간을 통해 나를 이해하게 되신 것 같았다. 그런 아버지께 감사해서, 그 해 연말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적적함 보다는 운치라 여기며 가끔은 커피를 내려 드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드렸다.
그런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드립백을 보니 뭔가 실수를 한 기분이다. 아무래도 집에는 저울도 온도계도 없다보니...ㅠ 다음번에는 좀더 편하게 내릴 수 있는 커피티백을 사드려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쉬는 날에 안부를 여쭈어 보면서 좀더 부추겨 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걸로-!


밭에 놓인 마시멜로 녀석들.


1. 도고 글로리라고 써져있지만 문이 닫겨 있던 곳. 이름 탓에 괜히 더 허망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더라. (찾아보니 명절휴업이었던 것 같은데, 다행스러우면서도 명절에 온천이 쉰다는게 뭔가 더욱 지금의 처지가 어떤지 실감하게 만들었고...)
2. 온양온천에서 본 고전적인 목욕탕. 나 혼자 왔으면 여길 갔을 것이당
3. 목욕 후에는 역시 바나나맛우유

몇 해 전 아부지와 연휴의 마지막날을 아산온천에서 목욕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아부지께 연휴의 피로도 풀 겸 온천을 다녀오자고 했다. 아산온천 / 온양온천 / 도고온천 중에서 고민을 했는데, 아산온천은 다녀왔으니 생략하고 도고온천은 한번도 가보질 않으셨다는 말에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고온천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어서 그런지 한 곳을 빼고는 쇠락해 버렸더라. 그 광경을 보니 어릴적 자주 갔지만 이제 문닫아버린 부곡 하와이가 생각났다.


온양온천에서 본 동네서점. 요즘 같은 때에도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점이 있다는게 괜히 반갑더라.


아부지랑 목욕을 끝내고는 감자탕집에 갔는데, 낮에 피자를 먹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이 제대로 해소되었다. 뭔가 우리가족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가 피자와 감자탕이거든. 약간 허름한 외관에서부터 믿음직한 기분이 들었는데, 맛도 있어서 대성공이었다.
... 그런데 이집 사장님, 유머감각이 있으시다?


그냥 지하철을 타고가는 거라서 괜찮다는데도 이렇게 배웅을 해주러 나오신 아부지...🥺

20230122


아니… 짱구 오뚝이를 두개 샀는데 철수만 두개 나온게 뭐냐고요…🥲 어처구니 없는건 전에 친구들이랑 세개 샀을 때도 삼유리였다는 것… 이쯤되면 한박스에 한 모델만 들어있는지 의심이 되고… 다음에 각잡고 확인을 해봐야겠다…



외삼춘 할아부지 뵈러가는 길에 만덕에서 본 안양빌라. 안양병에 걸려서 이런 것만 봐도 반갑다고요~~~



 내 첫조카인 지호쓰가 어느새 6학년이 되었다. 그 말은 나랑 지호가 어사가 되기 시작했다는 말인데... 작년 쯤부터 그랬다..ㅎ 사실 이렇게 된 것에는 내 탓이 큰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가는 아이랑 무엇을 같이해야 즐겁게 보낼 수 있을 지 몰라서 내가 어색함을 못참아서 피하고 다녔기 때문이다...ㅠ 그나마 지호가 축구를 할 적에는 그걸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제는 축구 얘기를 꺼내기 뭐해진 탓에 그냥 '지호야~'라는 말로만 반가움을 전하는 바바보보가 되었다...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지호도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지호가 나를 되게 좋아하는 것은 안다. 왜냐? 매번 우리 브누야에게 삼촌이 멋지다고 말해주기 때문에...ㅎ ㅠㅠ 그리고 이번에는 뭔가 더 뭉클해진 일이 두개나 있었다..🥺 쭈구리 혼자서 제기를 닦고 있는데 지호가 다가와서 손을 보태길래 괜찮으니 가서 놀라고 했더니 '노는 것보다 삼춘 돕는게 더 좋아.'라고 말을 해주질 않나... 설날 점심 무렵에 아부지랑 집에 갈 채비를 하니까 '삼춘, 가는거야? 언제 또 봐?🥺' 라고 말하지를 않나....ㅠㅠ 게다가 사진을 못찍은게 정말 속상한데... 현관문에서 힘차게 손을 흔들어 대던 것으로는 모자라서, 베란다에서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포즈를 잡으면서 나를 배웅해줄 때는 정말정말로 '지호야 사랑해!'라고 외쳐주고 싶었다....ㅠㅠ 내조카내시키...ㅠㅠ

 지호의 동생이 셋이나 있고 또 다른 조카들도 있지만, 지호가 유달리 더욱 애틋한 것은 단순히 내 첫조카인 것 때문은 아니다. 장난끼 많으면서도 조숙한 면이 자꾸 마음에 밟히기 때문이다. 앞서 축구 얘기를 꺼내기 뭐해졌다고 말했는데, 지호는 축구부 활동을 열심히 잘하고 있었음에도 동생이 셋이나 있고 사촌형이 힘겹게 일하는 것을 알게되자 '축구하면 1억이나 돈이 든대'하면서 축구인의 꿈을 단호히 접었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는 장난꾸러기였던 아이가 동생들이 생기고 그 아이들이 자라나자, 점점 애써 조숙함을 보이는게 자꾸 눈에 보이니 어찌 마음을 더 쓰지 않을까...

 바보같은 삼춘이지만, 지호에게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 다음번에는 지호가 먼저 손내밀지 않게 하고 싶고.

 요즘 차를 사는 것을 심히 고려 중인데, 그 이유 중에는 지호와 드라이브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색하지만 함께 차를 탄 다음, 지호에게 네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면 그걸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또 함께 외진 곳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논 다음 맥도날드를 가고싶기 때문이다.

 지호 사진을 못찍은 터라 지호의 신발 사진이나마 올리는데, 나도 못구했던 범고래를 신고 있다는 거에 놀라서 찍었다...(ㅎ) 다음에도 요 아이를 신고 오면 어떻게 샀냐고 물어보는 걸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한 다음, 다음 설날에 뭐받고 싶은지도 물어봐야지... 벌써부터 지호의 입학선물로 무엇을 사줄지 고민하게 되었는데, 한편 지호가 원하는 것(물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말하면 좀 미울 것 같다..🥲)을 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문제다. 일단 백팩 아니면 에어팟으로 고민 중인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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