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겨울은 빈혈의 시간

피주머니를 가득 매단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것만 생각나

입김 한 번에 허물어지는 사람들이
이곳엔 너무너무 많다

너무라고 말하지 않고
너무너무라고 말하는 것
그래도 겨울은 눈 하나 끔뻑하지 않겠지

그래서 당신은 무엇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까
강도를 높여가는 겨울의 질문 앞에서
나는 나날이 창백해진다

이렇게 텅 빈 마음으로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기도가 기도를 밟고 오르는 세상에서
헐렁헐렁 산책하는 일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축축한 영혼을 나라고 부르는 일

다행히 겨울은 불을 피우기 좋은 계절이다
나에겐 태울 것이 아주 많고

재가 될 때까지 들여다볼 것이 있어서 좋다

"잘하고 못하는 게 어디 있어, 그냥
사는 거지."
불 앞에서 다 식은 진심을 꿀꺽 삼킬 때

피는 반짝이는 것이다
혼자 왔다 혼자 떠나는 슬픔이 있어 오늘은 거룩한 밤이 된다
피주머니를 가득 매단 크리스마스트리가 그것을 말해준다

I heard he left you
Been too long
Been too long since we spoke
I never understood you
How you'd press on my heart till it broke
그가 널 떠났다고 들었어
아주 오래 되었지
아주 오래 되었어, 우리가 대화를 나눈 지가 말야
나는 절대 너를 이해 못했어
어떻게 너가 내 심장을 눌러 부쉈는 지를 말야

Who loved you better?
I need to know
Nothing lasts forever
Where do those feelings go?
누가 널 더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알고싶어
결국 영원이란 없지
그런 감정들은 어디로 가는걸까?

Don't you forget about me
Don't you forget about me
나를 잊지 말아줘
잊지 말아줘 나를

Said you couldn't live without me
That I gave you the warmth that you missed
Always knew there'd be others
How many lives have you had since we kissed?
너가 그리워한 따뜻함을 내가 안겨주었기에
너는 내게 나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했었지
늘 그렇듯이 다른 이들이 자리하게 됐지만 말야.
우리가 키스를 나누고 난 뒤로 몇명이나 너의 곁에 있었니?

Who loved you better?
I need to know
Nothing lasts forever
Where do those feelings go?
누가 널 더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알고싶어
결국 영원이란 없지
그런 감정들은 어디로 가는걸까?

Don't you forget about me
Don't you forget about me
Don't you forget about me
나를 잊지 말아줘
잊지 말아줘 나를
나를 잊지 말아줘

Tell me you'll always remember
What we had before it all fell apart
Don't you forget about me, baby
Is it right if I love you more?
(Don't you forget about me)
내게 언제나 기억할거라 말해줘
우리의 모든 것이 갈라져 버리기 전을 말야
나를 잊지 말아줘
만일 내가 너를 더욱 사랑한다면, 옳은 것일까?
(나를 잊지 말아줘)

Tell me you'll always remember
What we had before it all fell apart
(Don't you forget about me)
Don't you forget about me, baby
Is it right if I love you more?
(Don't you forget about me)
내게 언제나 기억할거라 말해줘
우리의 모든 것이 갈라져 버리기 전을 말야
(잊지 말아줘 나를)
나를 잊지 말아줘
(잊지 말아줘 나를)
만일 내가 너를 보다 더 사랑한다면, 옳은 것일까?
(잊지 말아줘 나를)

귤이 먹고 싶어요, 말하면 그는

투명한 귤 한알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손집게로 껍질을 벗기는 마임을 합니다

한알을 모두 벗기고 나면 반쪽을 뚝 떼어

자, 귤이란다, 능청스레 손을 내밀죠

 

어쩌겠어요? 속으로는 실망하고 말지만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등분된 귤을 받아 드는 시늉을 합니다

없는 귤을 먹으며 아, 맛있다, 말할 줄도 아는

나는 그렇게 순진한 바보는 아닙니다

굶주린 모두를 고작 한덩이 빵만으로 흡족하게 하였다는

허풍선은 믿지 않아요

 

그런데 틀림없이 내가 혼자서만 골똘하던 어느 날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는 나의 물음에

보이지 않는 깨달음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은 진짜 귤의 유일함

 

한알의 귤에서 열개의 귤 조각을

메마른 입술처럼 얇은 표피를 벗기고 다시

수많은 알갱이를 발견하는 건

귤을 쥔 자의 마음이라고요

 

그러니까 그것은

칼을 들이밀지 않아도 부드럽게 쪼개지는 것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다섯으로

혹은 손가락이 부족할 만큼으로도 나뉘는 것

 

한알의 귤에서 몇 사람의 몫을

발견할 수 있느냐는 오롯이

귤을 쥔 자의 마음이라고요

 

하루 몽상을 다 마치고 그림자를 끌며 가는 귀갓길에는

배고픈 저녁이 이미 절반쯤 삼켜버린 해를

손에 꼭 쥐는 시늉을 합니다

시간은 아직 내게

반쪽이나 건네주는구나, 홀로 중얼거리면서요

주황색을 너무 많이 만진 사람처럼

손가락 끝이 누렇게 물들겠죠

 

천만에, 나는 만져지지 않는 귤을 믿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내가 혼자이고

보이지 않는 이 외로움을 다정하게

건네받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해와 까치와 그림자, 심지어는 여기에 없는

그에게라도 말을 걸며

오늘의 잔양을 나눠 갖는 이가 나만이 아니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릴 겁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다
사슴의 발자국을 보았다

사슴의 발자국에
내 발을 겹쳐 보니

나는 내 발자국을 알고
그 발자국도 나를 아는 듯

발에 꼭 맞았다

나는 물속에서
잃어버린 것을
나무 속에서 찾는 사람

하지만
사슴의 발에 내 발을 맞추자

물처럼 투명히 빛나는 날들이
지속되지 않아도

​유리 같은 이 눈 속에
발이 들어맞을 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다고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 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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